오늘은 '망고나무'를 열심히 심었다.
오전부터 중대 전 인원은 영외 진지공사 작업을 나갔다. 이번주 내내 진지공사 주간으로 바쁘지만, 중대에 들어온지 2주밖에 되지 않은 막내 이등병인 나와 동기들은 작업에서 열외됐다. 때문에 하루종일 생활관에서 대기했다. 대기하며 약간의 소일거리들을 했고, 작업나간 인원들의 밥을 챙기거나 설거지를 담당했다. 그 이외의 시간에는 모두 대기하는 꿀같은 시간! 하루종일 수다 떨거나 잤다!
왜 '꿀' 대신, '망고'라는 표현을 쓰는지 궁금해서 선임에게 물어봤다. '쟤, 꿀 빤다'는 말이 공격적으로 들릴 수 있어서 '쟤, 망고나무 심는다'는 등의 말을 써서 순화(?)했다는 것 같은데, 선임도 제대로 모르는 것 같다. 그냥 망고라는 말이 꿀 보다 더 단어가 둥글둥글해서 사용하는 게 아닌가 싶다. 아직까지 입에 붙질 않아서 붙여보려고 노력중이다.
4시쯤이 되니, 작업나간 선임들이 모두 복귀했다.
복귀하는 선임들 중 한 분이 갑자기 도마뱀 세 마리를 가지고 우리 생활관으로 들어오셨다. "혹시 너희가 얘 키울래? 너희가 안 키운다면 밖에 방생해주게" 라고 해서, 일단 만져보니 너무 귀엽다... 가끔 주변 지인들이나 유튜브에서 도마뱀이나 뱀 등의 파충류를 기르는걸 보면 도대체 왜 키우지..? 싶었는데, 역시 귀여운 게 전부다. 내 손 위에서 꿈뻑꿈뻑 눈을 감고 조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하다. "네! 키울게요!" 라고 말하고 도마뱀을 받아들었다. 혹시나 나중에 문제가 될까 싶어서 행정보급관님에게 보여드리고 키워도 되겠냐고 허락도 받았다. "괜찮긴한데, 죽이지 말고 왠만하면 풀어줘라"고 하셔서, 일단 키워보겠다고 하고 본격적인 브리딩 준비를 들어갔다.
생활관에 있는 여러 물품.. 페트병들과 샤워망, 상자 등이 장지 도
그 동안 다른 동기들은 도마뱀의 이름을 붙여줬는데, 장지 도마뱀의 '장'에서 성을 따왔다. 그리고 암컷 도마뱀이라서, 이태원 클라스의 배우 '권나라'에서 성씨만 바꿔서 '장나라'라고 불러주기로 했다. 열심히 만든 페트병 집 속에 '장나라'를 넣어주고 열심히 검색을 해보니, 장지 도마뱀을 키우려면 꽤 넓은 공간이 필요했다. 산에서 뛰어다니던 친구들이라 공간이 좁으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죽는다나..? 장나라의 상태를 보니 애가 페트병 속에서 자꾸 미끄러지고, 넣어준 자갈과 돌맹이들 사이에 끼어서 바둥대고... 이대로는 이틀을 못 넘기고 애 죽이겠다 싶어서 풀어주기로 했다... ㅋㅋㅋ
선임분이 작업가서 납치해온 도마뱀 세 마리 덕분에 3시간 정도 열을 올렸다 =_=...
역시 생명 하나를 책임지는건 어렵다... 산에서 잡혀와서 새로운 서식지에서 살게 된 우리 장나라 씨가 적응을 잘 해나가길!!! 인간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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