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좋다는 생각이 든 건 최근의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 특별한 존재들을 위해 쓰여진 시가 좋다. 한 단어 한 단어.. 조심스레 맞춰진 시들은 아름답다.
오늘 류시화 시인이 엮어 펴낸 시집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을 펴 읽다가 당신의 생각이 났다. 두어 번 다시 읽게 만든 작품들의 이름과 작가들이다. <샤를르 드 푸코 - 나는 배웠다>, <루디야드 키플링 - 천 사람 중의 한 사람>, <비슬라바 쉼보르스카 - 첫 눈에 반한 사랑>, <장 가방 - 이제 난 안다>, <진계유 - 뒤에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 캘커타의 마더 테레사 본부 벽에 붙어 있는 시)>, <오리아 마운틴 드리머 - 춤>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을 돌아보게 만드는 시들을 보면 처음에는 경탄하게 된다. 거기서 끝이면 좋을텐데, 시와 내 인생을 비교하기 시작한다. 내가 보는 내 인생은 뒤죽박죽, 엉망진창이다. 애초에 삶을 좀 맥락있게 살고 싶다는 욕망을 포기할 게 아니라면, 혼자서는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을 것만 같다. 당신은 이런 내 인생을 시인의 시선으로 바라봐준다. 당신이 말해주는 '나'를 듣다보면 나도 괜찮아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곁에 머물러주는 사람들의 눈에 담긴 나를 바라볼 때도 비슷한 안도감을 느낀다.
...
그리고 오늘, 지난 일들을 회상하는 날들 중에
내가 수없이 걸어온 길들을 되돌아보네.
그 길들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난 아직도 알지 못하네.
장 가방이 노래한 시에서 60번의 괘종시계를 울린 화자는 "이제서야 난 알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하지만, 겨우 30번을 채우지 못한 나는 아직 그 답을 찾아 길 어딘가를 헤매고 있다. 천 번을 흔들려도 어른이 되긴커녕, 자꾸 더 심하게 흔들리기만 하는 내 곁에 서있는 당신께 감사하다.
오늘은 꼭 이 말을 전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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